가래는 모든 사람에게서 생기는 정상적인 분비물이다. 매일 분비되지만, 무의식중에 삼키기에 우리는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다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염증이 생겨 가래의 양이 많아지고 점도가 높아지면 그 존재를 느끼게 된다.가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왜 생겼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래는 크게 코에서 생겨 내려오는 경우와 기관지에서 생겨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각각의 경우 그 치료법이 맞춤형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학술부회장 이현종 원장(리앤홍이비인후과)은 "가래가 생기는 원인을 짚어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기침도 동반되는 경우에는 증상을 하나씩 잡아간다는 개념으로 치료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현종 원장의 도움으로 가래의 원인과 치료, 그리고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짚어본다.
q. 목에 붙어 불편함을 초래하는 가래, 왜 생기는지 궁금합니다.가래는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콧물 중 일부가 코 뒤로 넘어가면서 가래로 변하는 경우고요. 두 번째는 위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아래서 올라오는 것입니다. 폐렴 등의 원인으로 인해 기관지에서 가래가 올라오는 사례가 이에 해당하죠. 가래는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두 가지 중 어느 사례에 해당하는지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원인별로 치료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나요?콧물에서 시작되는 것을 '코 가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콧물의 양이 많아져 코 뒤로 넘어가며 생기고, 끈적하고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콧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요. 콧물 역시 수분이기 때문에, 수분의 양을 줄이는 약제를 주로 사용합니다.기관지나 폐에서 올라오는 가래를 치료하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가래는 염증, 세균,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염증성 가래인데요. 이를 없애려면 코 가래와는 반대로 수분의 양을 늘려 가래를 묽게 한 후 배출하는 원리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케첩 통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요. 케첩의 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케첩이 잘 나오지 않는 반면, 케첩이 가득 담겨 있을 때는 힘을 조금만 줘도 케첩이 나오게 됩니다. 이 같은 원리로 기관지 등 아래에서 올라온 가래를 배출시키기 위해서는 그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치료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개념의 접근이죠.
q. 가래와 기침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있는데요. 이때는 어떤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나요?기침과 가래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급성 호흡기 질환이 원인인 사례가 많습니다. 이 경우 처음에 목이 아프고 약간 열이 나면서 가래가 생기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가래가 찐득해지지만, 양은 줄어들고, 그다음 마른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따라서 급성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때는 시간적인 개념을 넣어서 이 엉켜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에 치료하기보다는 증상에 따라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초기에는 가래 증상을 주로 호소하기 때문에 가래를 묽히거나 양을 증가시키는 약, 또는 점액 섬모 운동을 촉진하는 약 등을 사용하고요. 후반기에는 기침이 주로 생기기에 기침을 억제시키는 약을 사용합니다.증상들이 섞여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때는 증상들을 모두 살펴보고, 하나씩 잡아간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좀 더 쉽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q. 치료를 해도 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폐렴을 오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지속되는 기침, 폐렴의 신호일까요?기침을 치료할 때, 초기 일주일 동안 약을 써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는 모두 폐렴으로 진행됐다고 보지 않고, 초기 진단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즉, 기침이 진행돼서 폐렴이 되는 게 아니라 원래 폐렴이 있었는데 이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 아닐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이때는 쉽게 약을 쓰는 게 아니라 x-ray, ct, 내시경, 폐기능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 방법을 통해 우리가 놓친 게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 가래, 그리고 기침의 원인까지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호흡기 증상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호흡기는 점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점막은 반드시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호흡기 점막에 있는 섬모 세포라고 하는 털 모양의 세포들은 수분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죠. 즉, 건조하면 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수분이 과해도 문제가 됩니다. 이때는 섬모가 분비물, 가래 등을 이동시키지 못하죠. 따라서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습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면 가습기로만 해결하려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사실 호흡기 점막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물을 마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물만 적절히 마셔도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고요. 저는 크게는 90%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물을 자주 마시면서 좀 부족하다고 느낄 때 가습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시길 바랍니다.한편, 문을 열고 있거나 에어컨, 선풍기를 틀면 기류가 형성되는데요. 이때는 가습기를 트는 요령이 조금 달라야 합니다. 기류가 생기면 호흡기가 건조해지고요. 가습기의 가습률을 55%에 맞춰둬도 10~20% 정도는 손해 보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이때는 가습기의 가습률을 70~80%까지 올려도 괜찮습니다.정리하자면, 가습기를 틀 때는 계절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게 좋고요. 이때 잊지 말고 수분을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호흡기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해 드립니다.기획 = 김소현 건강전문 아나운서도움말 =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이현종 학술 부회장 (리앤홍이비인후과 이비인후과 전문의)